인생과 온라인게임에 대한 이야기
현실에서 삶과 죽음이 있듯이, 게임에서도 죽음과 삶은 존재한다. 다만, 게임에서는 죽음뒤에 또 다른 삶이있고 현실에서는 없을뿐이다.
게임에서는 죽음과 동시에 새로운 삶에대한 새로운 설계가 가능하지만, 현실에서는 뒤늦은 후회가 새로운 삶을 창조하지 못한다.
< 게임은 결국 삶을 경험한 사람들이 만든 삶의 축소판인 셈이다. >
내가 가장 처음 오래 플레이한 MMORPG(일명 온라인 RPG게임) 장르의 게임은 프리우스였다. 당시 아니마라는 어린이형태의 보조캐릭터를 데리고 다녀서 유명했지만... 출시시기가 아이온이라는 게임과 겹쳐서 서서히 망해가다 없어진 게임이다. 사람도 많이 줄은시기여서 당시 나는 몇개 안되는 서버 중 하나에서 전직직업인 검투사 랭킹 2위였다. 하지만, 랭킹1위가 게임을 접자, 나는 1위로 등극하게되었다. 그 많은 퀘스트와 시간을 들여 차지하게된 1위자리...
나는 1위자리에서도 멈추지않고 끊임없이 더 좋은 아이템을 추구했다. 좋은 아이템은 강화라는 시스템으로 성취할 수 있고.. 끝은 결국 강화하던 아이템이 실수로 강화에 실패하면서 실망스럽게 접고 말았다. 게임에 바친 시간과 열정치고는 게임을 접는데에 미련이 별로 없었다고나 할까.. 솔직히 나는 스스로 그렇게 오래 즐겨왔고, 오랫동안 함께했던 길드원이 있음에도 게임을 그렇게 쉽게 저버리는것에 대해 놀랐다. 마치 시간이 되었으니 떠난다는 느낌이랄까?
그 이후에도 수많은 온라인 게임을 하면서... 어떤 게임에서는 제작을 통해 게임 내에서 큰돈을 벌어보기도 하고, 빠른레벨업과 다양한 업적을 달성하며 만족감을 느꼈지만, 결국 돌아오는 것은 해당 게임에 대한 무료함과 허무 뿐이었다. 도대체 온라인게임은 나로 하여금 왜 그렇게 허무함을 느끼게 만들었을까? 모든 성취가 이뤄진 게임 내에서의 존재를 왜 버리고 새로운 기반을 다져야하는 다른 게임으로 떠났을까?
그리고 과연 그게 게임이기 때문만 일까? 현실과 게임의 차이가 있을까?
게임은 현실의 사람들이 만드는 것이고, 캐쉬아이템이라는 일종의 보조효과나 아이템을 판매하고 있다. 그래서 현실의 돈을 가상의 세계인 게임에 투자하면 게임 내 캐릭터는 육성하는데에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현실은 내가 실제로 살고있기때문에 추가적인 대규모 재화를 공급할 수가 없다. 따라서 현실에서 게임 내의 성취감을 느끼려면 시간이나 고통을 수백, 수십배는 감내해야한다. 게임 자체도 높은 자리에 오르려면 꾸준한 노력과 시간투자가 필수적이지만, 현실은 그만큼 투자해도 정비율로 성취되지 않는다. 내가 열심히 노력해도 시험에 떨어질 수 있고, 사람의 능력에 따라서 똑같은 노력과 노동을 해도 성취에는 큰 차이가 발생한다.
< 진짜 영국에 간다해도 건물위에서 바라보는 영국의 풍경을 이만큼 이나 장엄한 뷰로 느껴볼 수 있을까? >
그렇다면 게임 내의 성취는 현실의 성취보다 쉽고 정비례하니까, 현실의 성취보다 사람에게 있어 가치가 떨어질까? 나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수 많은 사람들은 현실에서의 성취를 얻는 사람을 보고 대단하다고 말한다. 성취를 이룬 사람, 다시 말해 높은 직급이나 좋은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사람들은 부럽다거나, 그렇게 되고싶다는 욕망을 가진다. (물론 그렇게 현실에서의 성취를 달성한 사람도 그때 뿐이지 결국 루틴의 반복이다.)
하지만 그걸 바라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되지못한다. 게임폐인들은 2일이상을 잠을 안자고 게임을 할 수 있지만, 공부는 그렇게 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물론 공부라는 것은 충분한 휴식 후에 학습이되는 특성이 있고, 게임은 투자한 시간에 비례하여 성취가 되는 차이가 있기때문이기도 하다. 게임은 눈에 성취가 보이는 특성이있고, 현실에서의 성취는 보이지않다가 누적되어 나타난다.
예를들면.. 게임은 1~2년을 하면 고레벨의 캐릭터로 게임 내에서 막강한 지위를 누릴 수 있는 반면에, 공시나 사시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몇년을 준비해도 결국 시험에 합격하지 못해 성취를 얻지 못한다. 물론 게이머가 게임 내에서 4년동안 누린 지위와 공시나 사시를 준비한 사람들이 한방에 강력하게 누리는 성취는 현실에서는 비교도 할 수 없이 큰 것이다. 전자는 나처럼 게임을 하다가 어느순간 공허함이 와서 그 누린것을 다 버릴 수도있지만, 후자는 평생의 기록이되고 커리어가 되기 때문이다. 또한 후자의 경우 현실에서의 막강한 능력을 이용해 3~4년 혹은 10년, 그 이상의 게임에 대한 노력을 단 한달의 월급으로 커버가 가능하다.
< 아이들은 사소한 일들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항상 신기한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본다. >
게임을 처음 시작한 사람은 이 게임의 인터페이스가 궁금할 것이다. (게임 내에서 UI로 불리는 유저 인터페이스는 게임내 자신의 가방을 보거나, 스킬을 올리는등 다양한 정보들에 접근할 수 있게해주는 매개체와 같은 것이다. 예를들면 캐릭터의 체력표시를 위한 창이나, 채팅창 등을 들 수있다.) 그 다음에는 사냥이 하고 싶을 것이다. 그 다음에는 레벨업이 하고 싶을 것이다. 레벨업을 하다보면, 레벨제한이 걸린 장비나 던전이 눈에 들어올 것이고, 장비를 입고 던전을 탐험했다면 더 레벨을 올려서 새로운 장비나 던전을 가고 싶을 것이다. 그리고 가끔 게임 내 이벤트도 참여하고 싶을 것이다. 매회 매순간 게임내 플레이어들은 레벨업이나 이 게임이라는 세계에 대해 알아가는 재미, 다시말해 성취를 얻고 있다. 또한 초현실적인 공간과 다양한 상상속의 세계를 구현해서 현실에서는 느낄 수 없는 만족감을 선사한다.
반면에 현실에서 어린아이들은 세계에 대해 배워간다. 어린아이들은 게임에 처음 접속한 플레이어처럼 새로운 세계에 대해 알아가는 것 자체에 흥미가 있다. 그리고 청소년기에는 새로운 체험을 한다. 비록 청소년기에 공부로 1등을 못해도 아직 그들에게 이 세계는 알아갈 것이 많아 삶에대한 의욕이 넘칠 것이다. 그리곤 성인이 된다. 성인이되면 19금이라고 불리우는 다양한 새로운 컨텐츠들이 해제된다. 게임내에서 레벨업에 따른 새로운 장비와 던전들이 이에 해당한다. 그리고 성인이 된 20대들은 새로운 컨텐츠를 질릴때까지 소비한다. 그리고 중년과 노년기를 맞는다.
요점은 이런 성취들이 과연 현실의 성취와 얼마나 극단적으로 다른가 하는 것이다.
난 가끔 인생의 목표에 대해 생각한다.
누구나 목표를 갖고 살며, 학교에서도 목표.. 다시말해 꿈을 가지라고 권한다. 심지어 학생기록부에 장래희망을 적기도 한다.
그러한 목표는 게임내에서도 매순간 설정하며, 달성하려고 노력하고, 곧 성취한다. 게임은 노력에따라 단기간에 성취가 가능하므로 눈에 보이지않다가 꾸준하게 누적되어 성취되는 현실에 비해 매력이 있다. 다시 말해 중독성이 있다. 성취에 대한 중독성 말이다.
그런 성취의 목표는 현실에 비해 한계가있다. 수많은 퀘스트와 아이템을 만들려고 노력하지만, 게임은 담당개발자가 한정되어있어서 현실의 수천만의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이벤트와 컨텐츠를 생산해 내기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현실역시 지루한 일상의 반복이며, 게임내 무한반복되는 퀘스트와 크게 차이는 없어보인다.
몇몇 연예인은 쉽게 마약의 유혹에 빠진다. 국내에도 마약을 하여 조사를 받은 연예인이 꽤있다.
그들은 왜 마약을 했을까? 그들은 더 큰 성취를 얻을 목표를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는 너무나 지루해진 돈벌기와 큰돈을 벌어도 더 이상 쾌감을 느끼기 힘든 그들은 마약이나 사업을 통해서 어떤 새로운 성취나 만족감에 도달하려고한다. 그리고 아예 폐인이 되버리거나 자살을 해버리는 경우도 있다. 반면에 일반사람들은 돈이라는 성취를 계속일해도 만족스럽게 달성하기 힘들기때문에 끊임없는 목표를 가지고 비교적 성실하게 살아간다. 게임도 마찬가지이다. 일반적인 RPG라고 불리우는 온라인 MMORPG 장르에서는 빠르게 고레벨로 가장 강력한 아이템을 보유한 사람이 먼저 더 성취에 대한 무감각함을 느끼고 접게되는 반면에, 천천히 즐기는 사람들은 더 오래 즐길 가능성이 높다.
< 삶이란 결국 성취이자 목표다. 인생과 게임은 그런점에서 같은 선상에 놓여있다고 볼 수 있다. >
정리하자면, 성취는 그 자체가 목표이고, 목표가 있으므로 성취가 있는 것이다. 성취없는 목표를 가진이는 단 한명도 없다. 모든 목표에는 성취가 뒤따르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은 성취를 위해서 어떤일을 행한다. 게임과 현실이 성취라는 목적하에서 다른 점은 성취를 위해 투자되는기간에 국한된다는 점 하나이다. 현실의 성취와 게임의 성취는 근본적으로 크게 다르지않으며, 다만 현실에 있어서의 "정상적인 삶"이라고 불리우는 것에 대한 약간의 해가 있을뿐이다.
내가 하고싶은 말은 게임은 현실과 동떨어진 퇴폐적인 행위가 아니라는 점이다. 게임은 현실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성취하는 행복을 느끼기위한 놀이이자, 또 하나의 목적이며, 현실에서 체험할 수 없거나 체험하기 힘든 일을 경험하게 해주어 더욱 풍부한 삶을 영위하는데 도움을 주는 매개체다.
평생 게임한번 접해보지않고, 책을보며, 친구와 카페에서 대화만 하며 여생을 보내는 이들은 절대로 상상도 할 수 없는 거대한 체험이 바로 현대에 출시되는 게임들이다.
나는 그래서 가끔 생각한다. 게임처럼 이 인생에서의 목표를 너무 쉽게 달성해서 너무많은 성취를 이룬다면, 삶도 금방질려버리지 않을까 말이다.
로또에 당첨되어 인생을 망치는 사람들과 같이 급격한 성취는 인생의 목표를 왜곡시키고 게임처럼 쉽게 삶을 마감하게 만든다. 부족하니까, 조금 더 풍족해지고 싶으니까, 사람들은 계속 살고 있는건지 모른다. 어쩌면 우리가 사는 현실이 게임마냥 쉽게 성취가되는 세계가 아닌것을 우리는 고마워해야할지도 모른다. 비록 게임보다 100배는 더 성취하기 어렵고 고되더라도, 적어도 너무 자주 반복되는 성취에 대한 지루함을 느껴서 쉽게 인생을 마감하는 일은 없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