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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pped Story/120L 리빙 고슴도치(181110~240201)

5년 키운 고슴도치 악성종양, 이별 준비

by 유스위스 2023. 1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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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카테고리가 생긴지도 어언 5년이 넘었다. 처음 어린 고슴도치를 근처 역사에서 분양받아서 오래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오래 살았다. 

 

 

우리 고슴도치의 23년 9월 10일 사진이다. 혓바닥을 낼름 거리는게 인상적이었는데, 이때부터 이미 종양이 생겨서 커 가고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너무 건강한 나머지 일시적으로 부은것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갔었는데, 이게 바로 악성종양이다. 지금 기준으로는 약 3달전이니까 꽤 되었다.

 

 

9월 10일에 같이 찍은사진이다. 사실 5년이나 지났으면 죽었어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인데 목젖처럼 튀어나오는게 자연스럽지는 않다. 당시에는 눈치를 채지못했다. 이후 10월 20일 경 찍은 사진이 있으나 목 아래부분은 찍지못해서 경과는 확인할 수 없다.

 

 

그리고 12월 2일 모습이다. 9월 경 모습으로 보아서 8월정도부터 시작되었다고 생각하면 종양이 4개월 정도 지난 모습이다. 세포는 2배수로 분열하기 때문에 초기에는 그렇지않지만 점점 엄청난 수로 불어난다고 의사선생님에게 얘기를 들었다.

 

 

문제는 이녀석이 종양이 꽤 컸는데도 너무 활발하다는 것이다. 보통 종양이라고 한다면 얼굴이 창백해져 병상에 누워있기조차 힘들어하는 모습을 떠올리는데 녀석은 밤새 쳇바퀴를 미친듯이 돌리고 밥에 대한 집착이 상당히 강하다.

 

 

하지만 보기에 이제는 임계점이 넘은 거 같아 만 5년이 넘은 지금에서야 병원을 처음으로 가보았다. 다행히 동네 병원이 고슴도치 진료로 유명해서 편하게 갈 수 있었다. 먼 곳만 있는지 알았는데 정말 내가 무관심하긴 했나보다.

 

 

요즘에는 고슴도치도 오래 키웠고해서 관심은 멀어진 상태였다. 병원갈 채비를 해야하기에 목욕도 잘 시켜줬다.

 

 

이 우주선을 타고 가는 것은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 5년동안 거의 밖에를 나가지않았기 때문에 미안한 마음도있지만, 그건 내 마음이고 고슴도치 입장에서는 등따시고 배부르게 잘 지냈다고 생각할 것 같다.

 

 

동물병원은 사실 처음인 것 같다. 동물병원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의료보험이 적용되지않아서 비싸다는 것 정도이다. 하지만 우리고슴도치는 5년동안 잔병치례없이 잘 지내줬고, 고슴도치가 오래 사는 동안 나도 수입이 많이 올라서 돈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나오니 두려운 마음이 먼저 드는 모양이다. 소동물 중에서도 고슴도치는 진료를 전문적으로 봐주는 곳이 많지않아서 몇개 병원 밖에없다. 굳이 간다면 내가 간 병원과 좀 먼 병원 하나 정도가 유명하다. 갔다온 후기는 소동물임에도 엄청나게 긴 설명을 해주셔서 조금 놀랐다. 순수 설명 시간만 1시간정도이다. 고슴도치 강의를 듣는 기분이었다.

 

고슴도치 검사비 영수증(참고용)

우리 고슴도치는 다양한 검사를 받았지만, 간단히 말해서 암의 전이 정도를 파악할 수 있는 초음파검사, 혈액검사, 엑스레이검사를 받았다. 초음파 검사는 암의 형태와 대략적 종류를 파악할 수 있는 검사인데, 우리 고슴도치 턱의 종양은 악성종양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외에 증상들을 설명해주었는데,  턱 말고도 갑상선에 암이 한군데 더 있었고 어느쪽이 먼저생겨서 번진 것인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수술의 선택지가 있었지만, 턱에 딱 붙어있는 형태기 때문에 악성종양을 모두 제거하려면 턱을 들어내기 까지 해야한다고하고, 들어내지않고 겉부분만 제거하면 또 다시 남은 암이 다시 증식해서 한두달 후에 똑같이 자라난다고해서 너무 안타까웠다. 이게 악성종양이 아니고 멈췄더라면 바로 수술을해서 잘 살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수술비는 듣기로 종양이 클 수록 가격이 비싸지는데, 대충 우리 고슴도치 크기면 70만원정도는 생각해야했다.

 

 

일단은 종양의 성장을 늦출수도 있는 약을 받아왔고, 고슴도치에게 주사기에 넣어 먹이는 방법을 알려줬지만, 놀랍게도 내가 집에와서 먹여본 결과 이 고슴도치는 주사기를 갖다대면 먹고 싶어서 난리를 치기 때문에 그냥 입에물면 쭈욱 눌러주면 너무 맛있게 먹었다. 주사기에 타는 방식이 생각보다 까다로워서 잘 타가지고 용기에 주면 싹싹 긁어먹을 것 같다.

 

 

우리 고슴도치의 턱종양은 이제 커지는 속도가 상당히 빨라진 것을 나도 느낀다. 이게 악성종양이기 때문에 무한히 늘어날텐데 그러면 고슴도치는 매우 불편함을 느낄 것이다. 한편으로 병원 진료를 받고 나는 어쩌면 안도감을 조금은 느꼈는데, 이게 구강암 같은 거였으면 얼굴이 뒤틀리는 끔찍한 일이 일어났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중에는 결국에 위쪽으로도 침범을 한다는 설명을 들었지만, 일단은 아래쪽으로만 진행되고있어서 고슴도치가 불편할 뿐 크게 통증을 느끼거나 하는 단계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물론 한달만 지나도 엄청나게 커질 것이라고 예상되기 때문에 보고있기에 너무 힘들다.

 

 

고슴도치는 지금 너무 활발해서 주체가 안될정도로 난리를 치지만 몇달 뒤면 기운이 없어 축 쳐질 생각을 하니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 5년이 다되어가서 나는 개인적으로 언제 죽나를 항상 외쳤지만, 사실 생명이란건 잘 살다가도 상태가 나빠져서 급격히 가는 것임을 또 다시 깨닫는다. 무려 5년전의 내가 조금은 걱정하던 일이 막상 다가오니 슬퍼진다.

 

 

이렇게 좋아하는 쳇바퀴도 턱이 너무 커져버리만 턱이 쓸려서 타지도 못하게 될 것이고, 그러면 나는 결국에는 한번은 절제를 선택할 것같다. 병원에서 얼굴이 다 썩어버려서 몇번을 수술했던 고슴도치를 보니 그래도 밥을 먹으면 살수는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돈이 좀 들더라도 종양이 너무커지면 한번은 수술을 하지않을까 싶다. 수술 한 후에 종양이 멈추는 기적적인 일도 조금은 생각하고있다. 현재 건강은 좋기 때문에 수술은 가능해보이고, 이제까지 거의 못했던 나들이를 자주 가주는 등 마지막을 슬슬 준비해야겠다.

 

아직 밥도 잘 먹는다.

제목을 이별 준비라고는 했지만, 아직은 정상적으로 잘 살고 있는 편이라 아마도 다음 2~3회안의 포스팅이 고슴도치의 마지막을 그릴 포스팅이 되지않을까 싶다. 어쩌면 하늘이 도와 종양이 멈추고 몸이 전부 힘을 다할때까지 살지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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