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2. 13. 06:17ㆍPersonal Story/사회이슈
아프리카tv는 일반인이 직접 방송을 하는 신개념 방송서비스로 1인 컨텐츠인 UCC가 본격적으로 뜨기 시작하기 전부터
이미 서비스를 시작해서 "방송놀이" 라는 개념을 최초로 도입한 기업이다.
하마터면 묻힐 뻔했던 1인 방송 아이디어를 경제성 있게 만든 것은 아프리카내의 화폐라고 볼 수 있는 별풍선이 아닐까 싶다.
별풍선은 아프리카tv 측에 돈을 내고 구매하고, 별풍선을 BJ(개인방송인)에게 선물하면
BJ는 이를 아프리카 측에 일정 부분 수수료를 내고 현금으로 다시 환급 받을 수 있다.
만약 별풍선이 없고, 그저 재미로만 아프리카tv를 사람들이 이용했다면, 지금의 아프리카는 존재하지 않았을 공산이 크다.
사실상 퀵뷰라는 것도 광고를 조금 보면 끝이니까.. 사실상 퀵뷰를 많이 사서 방송을 보지도 않는다.
별풍선은 방송을 하는 BJ와 그 방송을 보는 시청자간의 묘한 긴장감을 형성한다.
사실 별풍선이 없던 시절에는 인기만을 바라고 순수한 목적으로 방송을 하는 비제이들이 많았다.
정말 순수하게.. 정말 시청자들이 와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 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아프리카tv는 별풍선의 등장으로 어느정도 시청자가 모이면
그 자체로 고마워하는 비제이는 보기 힘들다.
그들은 방송을 시작하기전 어느정도의 수입을 올려서 그 수입을 어디다 쓸 것인지 미리 계산을 해보곤 할 것이다.
그리고 시청자들은 점점 멀어져 가는 자신에 대한 BJ의 관심을 유지하려고
얼마나 많은 별풍선을 선물해야할지 고민 할 것이다.
사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BJ만의 문제라고는 볼 수 없다.
BJ들이 처음에 순수하게 방송을 시작했다고 하더라도, 분명 밑에는 소소한 수입에 대한 기대가 깔려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인기가 높아지고 고정 시청자들이 생기다보면 별풍선의 액수는 늘어난다.
처음에 별풍선 1개를 받으면 팬이 생겨서 기뻤지만,
20명이 넘어가고, 50명이 넘어갈 수록 비제이의 반응은 싸늘해 질 수 밖에없다.
물론 그게 별풍선이 적어서라기 보다는 받는 횟수마다 처음의 그 감동을 느낄 수는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다가 100개를 처음 받게되면 감격에 겨워 할지라도 200개를 쏘는 사람이 나타나고, 더 많이 자주
별풍선을 선물하는 사람이 등장한다면, 100개에 대한 감흥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사실상 별풍선은 부가가치세를 제외하고도 100원의 가치를 가진다.
시청자가 별풍선 100개를 선물할 경우 무려 10%의 부가세를 합쳐서 11000원이라는 돈을 내야한다.
현재 최저시급이 6천원인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두시간 노동에 맞먹는 가치를 지닌다.
하지만 비제이는 자신이 별풍선을 자주, 더 많이 받을 수록 점점 그 감사함의 무게를 잘 느끼지 못하게된다.
시청자는 그러한 BJ의 반응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더 많은 별풍선을 선물해야만 하고, 이는 시청자간 경쟁을
촉발 시킨다. BJ가 조금이라도 자신에게 인사를 소홀히하거나, 안좋은 태도를 보이면 시청자들은 자신이 보는
방송에서 입지가 좁아짐을 느끼고 별풍선을 선물해야할 필요를 느낀다.
뉴스 기사를 보면 회삿돈을 횡령해서 별풍선을 쐈다는 사람도 있고, 라면으로 삼시세끼를 때우면서 별풍선을 갖다 바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방송에서 혹시라도 소외될까 하는 두려움에서 그러한 이상행동들이 발생한다.
양방향 컨텐츠라는 점은 칭찬할 만 하다.
아프리카tv는 양방향 소통이 가능한 방송이다. 그러면 단방향 방송인 일반 TV 방송은 어떨까?
단방향 TV방송도 역시 팬들이 많이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예능인 무한도전이 있고, 응답하라 시리즈같은 드라마도 있다.
다른점은 실시간으로 팬들과 소통하면서 방송이 불가능한 녹화방송이다.
따라서 실시간으로 별풍선을 쏠 수 없으며, 만약 쏠 수 있더라도 방송의 내용에는 변함이 없다.
만약 단방향 소통만 가능한 TV매체가 별풍선을 쏠수 있게 시스템화 된다면?
그러면 당신은 어느방송에 별풍선을 쏠까?
당장 생각해보면, 정말 아까울 것이다. 내가 얼마를 쏘든 TV방송은 모든 시청자에게 공평한 방송을 제공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프리카tv는 다르다. 자신이 별풍선을 얼마나 쏘느냐에 따라서 방송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방송의 독보적 주인공인
BJ의 태도와 제스쳐, 말투까지 모두 반전될 수 있다.
그러한 영향이 결국 별풍선을 더 자극하는 요인이 되는 것이다.
순수하게 방송이 좋아 매일 들러 인사하는 시청자와 순수하게 방송도 좋아하지만, BJ를 위해 별풍선을 쏘는 시청자...
현재 아프리카tv의 BJ들은 누구를 더 알아봐주고 친절하게 대할까?
사실 이러한 문제는 BJ의 별풍선 유도도 문제가 있겠지만, 시청자들이 스스로 자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자본주의 사회이고, 빈부격차도 꽤 있는 나라이다.
따라서 가진 자와 없는 자의 차이는 아프리카tv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있는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몇백개의 별풍선을 비제이에게 선물하고, 그 정도의 별풍선을 도저히 선물할 수 없는
시청자들은 비록 팬심은 투철하지만, 비제이의 마음을 사로잡을 재간이 없다.
비제이도 역시 큰돈을 얻을 수록 작은돈에 무관심해지고, 결국 돈없는 시청자들은 소외되어 방송을 떠나게 된다.
100개는 무려 시청자 입장에서는 11000원이라는 거금을 주고 사야한다.
돈이 너무 많은 사람들은 빼고, 월급쟁이로 살아가면서 별풍선을 마구 선물하는 시청자들에게 묻고 싶다.
방송할때는 자신이 주인공이 되지만, 방송이 끝나고나면 BJ와 실제로 아는 사이도 아닌, 밥도 한번 같이 먹을 수 없는 그런사이가 좋은가?
몇십만원을 선물하고도 전화통화 한번, 연락처 교환도 안한채로 방송만 끝나면 남남이 되는 그런 관계일 뿐이다.
사회에서는 오천원짜리 밥한끼를 얻어먹어도 나중에 갚는다.
하지만 아프리카tv에서 BJ와 시청자들의 관계는 방송에서 시작되고, 방송에서 끝난다.
나는 BJ가 슬프거나 힘들때 도와주지만, 그 BJ는 과연 내가 힘들거나 슬플때 도와줄 수 있을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것이라고 난 생각한다. 아니.. 방송을 하는 BJ역시 그렇게 생각할 것 이라고 확신한다.
서로 얼굴도 모르는 채로 그렇게 별풍선을 선물하는 사람들은 다시금 내가 선물하는 별풍선이 어느정도의 가치가 있는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나를 위해서인지, 아니면 비제이를 위해서 인지, 아니면.... 정말 쓸데없이 돈을 낭비하는 것인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