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신종 온라인 도박이 생겼다고 들은 나는 이 신종 온라인 도박을 즐겨보기 위해서 한 도박사이트에 방문했다. 특이하게도 해외에 서버를 두고서 몰래몰래 지정된 계좌로 입금과 출금을 반복하는 어두운 여타 도박사이트와는 사뭇다르게, 가상화폐 투자라는 가면을 쓴 온라인 도박 사이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제일 위에 대문짝만하게 올라와 있는 등 해외를 방불케 했다.
가상화폐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가상화폐라고하면 비트코인 혹은 이더리움 정도로 생각하고, 이들은 실물이 아닌 말 그대로 가상.. 오로지 디지털세계에서만 존재하는 화폐라는 것으로 인식한다. 나 역시 이들화폐는 뜬구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대문짝만한 광고와 함께 국내 메신저인 카카오톡과의 제휴를 통해서 손쉬운 보안로그인과 가입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나는 뭔가 설레였다. 왜 설레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예전의 느낌이 났다고나 할까? 더 나은 점은 한번 발을 담근다고해서 이후에 스팸메시지가 미친듯이 오는것도 아니고, 어눌한 말투의 종업원과 전화통화 인증을 할 필요도 없었다. 나는 이전에 도박사이트에 침투해서 정부의 사행성규제 사이트에 신고를 했으나, 신고보상은 커녕 사이트폐쇄도 이루어지지않은 기억이 있다.
로그인 후 거래소에 들어가자 오른쪽에는 듣도보도못한 가상화폐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비트코인이랑 이더리움, 그리고 그 화폐들의 파생화폐들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나머지 화폐는 도통 뭔지 감이 안잡혔다. 이렇게 많은 가상화폐들이 실시간으로 가격이 변동되는 것을 보고 나는 흡사 도박사이트같은 흥분감을 느꼈다. 나도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인가 보다. 하지만, 그 흥분은 덜 했다. 왜냐하면 이는 합법적으로 이루어지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가파른 흥분속에 통장잔고를 확인한 후 가볍게 30만원을 투자라는 명목하게 배팅하였다. 하지만, 이것은 투자라는 느낌이라기 보다는 마치 홀짝사다리에 배팅을 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배팅 후 온라인 실시간 도박과는 달리 그 결과가 빨리 도출되지않았다. 가산을 탕진하게 만드는 온라인 도박은 대개 스포츠도박도 있지만, 이 실시간 도박의 영향이 큰데 상대적으로 순간에 잃는 도박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계속 보고있어도 변동폭이 거의 없는 이 가상화폐를 나는 일년간 묻어두기로 했다. 그리고 사이트에서 제공되는 스마트폰앱을 삭제 후 편안하게 잠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비트코인에 대한 정부의 규제기사가 나자 모든 가상화폐는 일시에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물론 30만원을 다 잃어도 상관이 없이 풍족한터라 이들 화폐는 단순히 나의 흥분을 위한 치킨 30마리 그 이상은 아니었다.(사실 좀 아깝긴하다..)
거의 대폭락하다시피 했어도 30만원에서 -5만원 정도의 손해에 그쳤다. 사실 온라인 도박이라면 폭락망하면 전액을 잃는다고 보면되는데, 이 가상화폐는 폭락하여도 20%정도의 손해에 그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이후 이 손해는 다시 가상화폐 가치가 반등하면서 그 손해폭이 줄어들었다.
가상화폐가 예상밖으로 폭락하자 나는 변동폭이 지나치게 없던 가상화폐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그날 주말 한시간에 한번씩 확인했다. 그리고 어느 기사에서 나온 코인좀비들을 떠올리면서, "아 나도 한국인인가?" 라는 걸 되뇌이며 도덕적해이, 즉 모럴해저드를 느끼기 시작했다. 하지만 놀라운건 이 모럴해저드는 합법적이라는 큰 테두리에서 무마되었다. 온라인도박은 잃어도 잃는거지만, 추후에 형사처벌을 받는 크나큰 리스크가 있다. 따라서 온라인도박은 대부분사람들이 손도 대지않고, 실제로 해보려고해도 까다롭지만 이 가상화폐 거래는 광고도 할정도로 양성시장에서 활약하고있고, 또한 그러한 문제로 쉽사리 발을 담지 않았던 도박사들이 가상화폐시장(코인판)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나 역시 그러한 사람들 중 하나였을지도 모른다.
이들 가상화폐거래소에서의 가상화폐는 각종 언론매체가 쏟아내는 무형의 무가치의 화폐가 아니었다. 실시간으로 가치가 변동되어, 가격이 오를때 팔면 그대로 돈이 되는 실제로 존재하는 어떤 물건이었다. 따라서 가상화폐에 대한 평가는 순간적으로 변하게 되고 대부분 사람들은 이 가상화폐거래소를 접하게되면 도박성에 빠져들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보였다.
나는 이 가상화폐들의 가치를 올리고 내리는것이 무엇인지 고민해봤다. 그러한 고민은 내가 코인을 어디에 투자할지 결정하는데 필요한 것이었다. 우선은 이들 가상화폐는 검은돈을 세탁하는데 자주쓰인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검은돈이 잠시 세탁될때 이러한 코인들은 가치가 급격히 상승했다가 내려갈 수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투자라는 것은 미래 전망이나 미래에 일어날 어떤 사건을 고려해서 하는 행위다. 그런 검은돈 따위를 고려하는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본다. 검은돈이기 때문이다. 투자를 하려면 해당 코인에 대한 이해와 미래를 보는 능력이 있어야하지만, 이 코인들은 대개 검색하면 국내에는 큰 정보가 없다. 정보가 있다면 잘 알려진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정도다.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미래전망을 보기보다는 차트를 보면서 과거추세를 살펴보거나, 실시간으로 변동하는 가격을 보면서 이제는 반등하거나 폭락할것이다 라는 추측을 하게된다. 하지만, 이는 정보를 기반으로하지 않고 단순한 역사공부 수준에 그치기 때문에 합리적인 투자라는 미명하에 우리는 도박성 투자를 하게된다.
결국 누구는 도박성 투자를 했을때 폭락하는 결과를 맞을 수도 있고, 대상승이라는 축복받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또한 이들 투자는 국내에 어떠한 발전도 가져오지 않는다. 주식역시 도박이라는 설도 있으나, 기업들의 중요한 자금조달 수단으로 기업이 발전하는데 도움을 주고, 국내 기업을 부흥시키는데 일조하지만 이들 가상화폐시장에 투자된 자금은 그 어떤 방식으로도 건전하게 작용하지 않고있다. 주식은 기업이라는 가치를 기반으로 돌아가는 시장이지만, 이들 가상화폐는 그 어떤 근본적인 가치를 내포하지않고있다. 단순히 물욕이 가치를 올리고, 그 물욕을 채우기위해서 내리는 사람들과 두려움때문에 손해를 보면서 코인시장을 뜨는 사람들에 의해서 가상화폐도박으로 이득을 보는 사람이 생긴다. 나의 사례에서 보듯이 하루만에 폭락한 후에 코인을 손절(손해를 줄이기 위해 투자중단)하게 되면 그 사람은 손해보는 것이고, 이번 주말에 그런것처럼 폭락했던 코인이 생각보다 큰폭으로 상승한다면, 그 폭락장에서 구매한 사람들은 큰 이익을 보는 것이다. 한마디로 조금은 느리고 한순간에 사라지진않지만, 거대한 도박판인 셈이다.
그래서 이 코인투자(라고 쓰고 코인도박이라 읽는다)는 국내 투자자들의 심리에 의해서 가격변동이 크다. 그 심리를 읽을 수 있다면, 코인도박에서 성공하리라 확신한다. 사람은 일단 도박을 하고나면 불안해 한다. 특히 떨어질때는 이성을 잃고 드라마속의 패가망신한 주인공을 떠올리며 손해를 보고 발을 뺄 생각을 수백번도 더 하게된다. 일단 그런 생각을 한다는 자체가 코인투자가 도박이라는 증거다. 만약 장기적 안목을 본 투자였다면, 우리는 코인도박을하면서 매일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커봐야 20%인 변동폭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지 않을테니 말이다. 추세를 보면 이들 가상화폐가 국내에서 거래정지가 되지않는이상 가치는 조금이라도 장기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보이기때문에 구매한 후 묻어두는게 그나마 투자로서의 가치가 있지않을까 싶다.
이는 내가 봤을때 투자라는 면모도 조금 보이긴 하지만, 초단기적으로 집착하여 이득을 보는 사람이 분명 존재하고 각 코인들의 전망에 대한 정보없이 무분별한 구매와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도박과 투기라는 것이 확실하다. 즉, 정부의 강력한 규제책이 발표 될때까지 가상화폐시장은 우리나라에서 유일무이한 초거대 도박판으로 남아있을 것은 분명하다.
나는 이 코인이 다시 상승하고 있음에 큰 안도를 느꼈다. 그래서 온라인 도박보다는 안정적인 느낌이다. 나는 이 코인들을 한달에 한번씩 보면서 아예 소멸하지는 않았는지 안부정도 확인해줄 생각이다. 10년뒤 열었을때 나의 아파트가 되어있을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그 정도는 되어야 투기가 아니라 투자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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